Public Health Weekly Report 2023; 16(22): 669-683
Published online June 8, 2023
https://doi.org/10.56786/PHWR.2023.16.22.1
© The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김태영*, 박언주, 김종무, 심민결, 이신영, 김은경
질병관리청 수도권질병대응센터 감염병대응과
김태영, Tel: +82-2-361-5721, E-mail: taeyoung.epi@gmail.com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엠폭스 유행은 주로 성매개감염병 전파의 양상을 띄며 특히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이 감염에 취약한 경향을 보인다.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50여 명의 환자만이 보고되었으나 향후 추가 확산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국내 엠폭스 환자 역학조사 경험과 국외 역학조사 방침을 고려할 때, 성매개감염병 역학조사에 준하여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적절한 면담 기법을 활용하여 대응한다면 전파 차단에 적극 협조 및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 영국 등 성공적인 유행 관리 사례를 고려하면 엠폭스 감염 취약집단의 특성을 고려한 역학조사 원칙과 예방관리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향후 국내 유행 확산 시에는 환자 및 감염 취약집단에 대한 부적절한 낙인과 차별을 예방하고, 조사 과정에서 대상자를 존중하며 질병 예방관리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Keywords 엠폭스, 성매개감염병, 역학조사
2023년 4월까지 86,000여 명의 엠폭스 확진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상당수는 성접촉 및 이에 준 하는 밀접한 피부접촉을 통해 감염되었다.
엠폭스 환자의 역학조사 과정 중 면담의 중요성이 부각 되었으며, 민감한 정보의 조사가 필요 하므로 환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그들이 조사에 참여하는 환경을 조성 하여야 한다. 국외 지침과 정책 사례 검토 결과 환자 권리 보호와 감염 취약 인구집단의 주도적 참여가 중요하다.
향후 국내 엠폭스 유행 확산에 대비하여 역학조사 원칙과 정책 수립 시 감염 취약 인구집단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그들이 주체적으로 예방관리에 참여한다면 성공적인 방역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엠폭스(mpox, 원숭이두창[monkeypox]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감염병)는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주로 서아프리카 및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서 인체 감염증 발생이 보고되어 왔다[1]. 영장류 또는 설치류와의 접촉이 주된 인체 감염경로로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도 사람 간 밀접접촉이나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5월부터 일부 비풍토병 국가에서 동물과의 접촉력이 없는 다수의 엠폭스 환자가 보고되어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언하였고, 2023년 4월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유행 전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엠폭스 감염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회복되는(self-limited) 질환으로 치명률(case-fatality ratio)은 3–6%이나, WHO의 보고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2023년 4월 10일까지 전 세계 110개 국가에서 총 86,930명의 확진 환자와 116명의 사망자가 보고되어 이번 유행 중 치명률이 크게 감소하였음이 확인되었다[2]. 특히 이번 유행은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본인의 성적 지향을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gay, bisexual and other men who have sex with men, MSM)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기존 풍토병 지역에서의 임상 양상과 달리 성기와 항문 주변의 피부 및 점막 병변 발생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어 성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시사되며, 정확한 바이러스 전파 기전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으나 기존에 알려진 성매개감염병(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과 유사한 양상을 띄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3]. 이 외에 성접촉이 아니더라도 병변과의 직접 접촉, 침이나 가래와 같은 호흡기 분비물과의 접촉, 환자에게 사용했던 의료기구 등을 통하여 감염되는 사례들 또한 일부 보고되고 있다.
WHO는 2023년 4월 10일 기준 서태평양지역의 위험 수준을 ‘낮음(low)’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지역 내 국가들의 발생은 최근 몇 주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웃나라인 일본 또한 2023년 들어 해외여행력이 없는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4]. 2023년 5월 1일 기준 국내에서도 47명의 확진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엠폭스의 비교적 긴 잠복기, 성기와 항문 등 확인이 어려운 병변 발생 부위 등을 고려한다면 추가 확산 가능성이 있다. 본 원고에서는 국내 환자 대응 경험과 국외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엠폭스의 국내 확산 시 효과적인 유행 관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려할 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WHO에 따르면, 2022–2023년 유행 기간 내 성별과 연령이 확인된 77,000여 명 중 96.4%가 남성 환자이며 이들의 중위 연령은 34세이다. 또한 관련 정보가 수집된 약 3만여 명 중 84.1%가 성적 지향을 MSM으로 밝혔으며, 전파 경로가 보고된 19,000여 명 중 82.2%는 성관계 중 피부 및 점막 접촉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엠폭스는 기존의 동물-사람 간 접촉을 통한 인수공통 감염병에서 사람간 성접촉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의 밀접 접촉으로 전파되는 인체 감염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종간 전파, spillover infection)을 지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 간 전파와 유행의 양상을 규명하여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엠폭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생물학적 위험 요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WHO에서 보고한 데이터에 기반하면, 약 36,000명 중 48%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people living with HIV)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중 5,000여 명은 면역 상태에 대한 정보가 보고되었고 이 중 65%인 3,400여 명이 면역저하 상태에 있었다. HIV 감염으로 인해 심각하게 면역이 저하된 사람이 엠폭스에 감염될 경우 중증도가 높거나 사망할 수도 있음은 확인되었지만, HIV 감염 자체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노출 시 감염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5]. 하지만 클라미디아나 임질과 같은 성매개감염병은 HIV 감염의 위험을 높이기도 하므로, 향후 엠폭스와 다른 성매개감염병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6]. 그 외에도 엠폭스 감염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다른 감염성 및 비감염성 질환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한편 엠폭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 다수의 응답자는 MSM임을 밝혔고, 이번 유행에서 이들이 감염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취약 인구집단(population at risk)임은 분명하다. 이는 주로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특성과, 성적 지향이 비슷한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접촉하는 사회적 환경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지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코로나19) 유행 중 질병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고령층,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여 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고민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엠폭스 유행에 가장 크게 영향 받는 인구집단이 명확하다면, 역학조사를 포함해 예방관리 정책 전반이 해당 인구집단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 현재까지 수행한 엠폭스 확진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증상 발생 이후 동선 추적을 통한 광범위한 접촉자 조사와, 환자와의 면담을 통한 밀접한 접촉에 대한 심층 조사이다. 엠폭스와 같이 PHEIC가 선포되었거나 1급 감염병에 준하는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코로나19 접촉자 조사 때 구축된 역학조사지원시스템(epidemiological investigation support system, EISS)을 활용해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7]. 관련해서 사용되는 정보로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 통신사 위치정보,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 사용정보 등이 포함된다.
엠폭스의 주 감염경로(성접촉)와 주로 영향 받는 인구집단(MSM)을 고려했을 때, 효과적 대응 수단으로 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면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실제 환자들과의 심층 면담 결과로 미루어볼 때, 상대적으로 조사자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며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후술할 사유들로 인해 일반적인 감염병 역학조사와 그 방식을 달리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향후 조사 방법론 개발에 이번 유행의 경험을 참고하여야 한다.
먼저, 엠폭스는 성접촉 및 이에 준하는 밀접접촉을 주 감염경로로 하므로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이나,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감염병과는 역학조사 방법이 구별된다. 성접촉 관련 정보와 사생활을 직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사자와 환자 간의 신뢰 형성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계적인 면담을 지양하고, 환자의 특성을 살피며 조사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여러 차례의 면담을 실시하거나, 일방향적 조사에서 벗어나 환자의 의문에 답변해주는 상담 형식을 취하여,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질환에 대한 이해와 예방적 수칙 이행의 의지를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감염병 역학조사와 비교하였을 때 기초 사례조사 단계에서의 진술 거부가 잦고 EISS를 통한 정보 조회에 대한 우려의 정도가 매우 높은데, 정보 확인의 목적을 명확히 하며 환자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단순한 비밀 보장을 넘어서 환자가 조사 협조를 주저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조사 과정 전반에서 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성접촉 상대의 신원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지인일 경우에도 인적사항 공유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대방을 보호하려는 목적과 본인의 감염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 것이 향후 환자의 협조 유도에 유리하다. 환자의 태도를 이해하고 우려하는 점에 대해 배려하면서도 전파 차단이라는 목적을 부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성접촉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여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검사를 권고하는 등의 파트너 고지(partner notification) 활동을 하도록 독려할 수 있으며, 이는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역학조사에서 벗어나 환자가 조사에 참여하는 태도를 가지도록 하는 장치로써도 유용하다.
여기에 더해, 엠폭스의 감염 취약 집단이 MSM임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상황이므로 이를 고려하여 보다 섬세한 조사 수행이 필요하다. 본인의 성적 지향을 밝히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경우도 있으나 조사자가 편견 없는 태도로 조사의 목적을 명확히 설명하면 대부분은 조력적 태도로 관련 사항에 대해 진술할 것이다. 하지만 관련 진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있을 수 있는데, 감염병 예방관리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에 기반하여 환자 본인이 전파 가능성에 대해 판단하도록 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기존 역학조사 업무 중에는 소수자의 특성을 고려한 조사 기법을 학습하거나 경험하는 일이 적으므로, 일반적인 성소수자 상담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8].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가족 접촉자, 직장 내 접촉자에 대한 조사는 그 자체로 환자의 성적 지향을 암시하여, 완치 후에도 환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유발할 수 있고 심각할 경우 우호적인 가족관계의 유지와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저해하기도 하므로, 반드시 환자와의 면담 이후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역학조사 및 면담 과정에서 어떠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은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 시에는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광범위한 접촉자 조사를 수행하고 이들에 대한 장기간의 증상 모니터링, 고위험 접촉자에 대한 격리 등이 필요하며 국내 초기 엠폭스 대응은 이러한 기조 하에서 이루어졌다. 2023년 5월 현재, 엠폭스에 대해서 무증상 전파 및 비말 전파의 빈도, 정액이나 질액과 같은 체액을 통한 전파 여부 등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있으나, 감염 취약 집단과 주 전파 경로, 감염 시의 임상경과 등은 충분히 확인되어 대응 시 마주하는 불확실성은 다소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공중보건 종사자와 일반 시민 모두가 EISS 기반의 집중적인 동선 추적을 바탕으로 한 역학조사를 체화하였다. 하지만 이는 시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중보건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개개인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일부 희생하는 것으로, 감염병 위기 상황이 아닌 경우 정당화되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법과 윤리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9]. 또한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엠폭스 대응지침 제5판에서는 개인의 성접촉력 조사 중 민감정보에 대한 응답 거부는 역학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동선 정보 확인이나 취조식 조사로는 예방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10]. 그러므로 엠폭스 역학조사에 코로나19 역학조사 방법론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조사 대상의 참여도가 높은 면담을 주축으로 하고 EISS와 같은 기타 수단은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으며 반드시 정보 조회 전 본인의 동의를 받는 것이 좋다. 환자의 대부분은 정보 조회 및 활용에 동의하나, 사전 동의가 부재한 경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하며 EISS 정보 조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이 경우 면담을 통한 환자의 우호적 태도 유도가 더욱 중요하다.
엠폭스라는 질병의 역학적 특성(제한적 전파 경로, 명확한 감염 취약집단)과 임상적 특성(자연치유 가능하며 낮은 빈도의 중증 이환)을 고려했을 때, 3T (testing-tracing-treatment)로 대표되는 초기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코로나19 대응 시 지적되었던, 방역 목표와 사회경제적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는 논리의 타당성을 엠폭스 유행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국내 역학조사 결과,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2차 감염 사례는 전무하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접촉자를 모두 확인하기 위해 한 개인의 성적 지향을 만천하에 알리고 사회적 낙인을 유발한다면 이는 올바른 공중보건 정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엠폭스라는 질환의 중증도와 전파의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접촉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과도한 수준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면 부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전파 차단이라는 역학적 가치와 환자 개인정보 및 인권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가 양립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며, 그간의 조사 경험으로 보아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환자와의 협력적 관계 형성을 통한 참여 유도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엠폭스 역학조사는 본질적으로 성매개감염병의 역학조사와 결을 같이하나 현재 국내에서는 역학조사관에 의한 전문적인 조사 체계가 부재하므로, 향후 엠폭스에 대한 역학조사 경험을 토대로 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uropean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ECDC)의 엠폭스 접촉자 조사 가이드라인에서는 HIV 및 성매개감염병에 준하여, 감수성(sensitivity)과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discretion)이라는 원칙하에 조사를 수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11]. 또한, 파트너 고지로 대표되는 성매개감염병 역학조사는 기본적으로 자발적(voluntary)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환자 본인에게 충분한 정보제공 후의 동의(informed consent) 하에서만 성접촉자에게 검사 권고, 환자의 신원 확인 등을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비밀 보장(confidentiality)의 원칙하에 모든 일이 이루어져야 하며, 국가별로 법적 환경이 다르므로 이를 준용하여야 함이 명시되어 있다. 한편 WHO의 HIV 자가검사 및 파트너 고지 가이드라인에서도 비슷한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12]. 해당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동의 하에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파트너에게 고지하도록 하며, 자발적이지 않으며 강요된 파트너 고지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질병의 범죄화를 경계하여야 한다고 기술한다. 이를 통해 국내 엠폭스 대응 시 접촉자 조사를 포함한 역학조사 전반에서 환자의 권리를 배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를 기반으로 성매개감염병 역학조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엠폭스 유행 이후의 과제이다.
추가적으로, 역학조사뿐만이 아닌 광범위한 공중보건 정책으로 엠폭스 유행에 대응한 국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엠폭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2023년에 일평균 5명 미만의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13]. 미국은 성공적으로 유행을 관리하기 위해 MSM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 메시지 전달과 백신 접근성 확대와 같은 정책들을 펼쳐왔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8월 미국 내 MSM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14]. 엠폭스 유행에 대해 인지한 후 응답자의 47.8%가 성관계 파트너의 수를 줄였고, 18.6%는 엠폭스 예방을 위해 1회 이상 접종하였다고 응답했으며, 최근 2주간 2명 이상의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의 접종률(30.1%)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13.9%)보다 높았다. 또한 HIV 노출 전 예방요법(pre-exposure prophylaxis)을 받는 사람이나 최근 다른 성매개감염병 검사를 받은 사람의 경우 접종률이 더 높았는데, 이는 본인의 위험을 인지하여 스스로 대처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응답자의 82.3%는 엠폭스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자신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종합하면, 엠폭스에 대한 MSM의 지식 수준 변화 전후로 예방적 행동 변화가 발생하였으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정보를 적절한 경로로 제공하고 백신 접근성을 강화한다면 MSM 인구집단이 비록 감염에 취약하더라도 주체적으로 엠폭스 예방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국은 2022년 풍토병 국가로부터 엠폭스 환자가 유입된 초기 유행 국가 중 하나로, 2022년 말까지 약 3,700여 명의 환자가 보고되었으나 2023년 들어 보고된 환자는 십여 명에 불과하여 성공적으로 유행을 관리했다고 볼 수 있다[15]. 영국 정부는 2022년 12월 엠폭스 향후 관리 전략을 발표하였는데, 유행 종식 목표 달성을 위한 공중보건 수단 중 첫 번째로 소통과 참여를 제시하고, 성소수자들과 성 건강(sexual health) 유관단체의 참여를 중요하게 언급하는 바, 미국의 사례와 유사하게 영국 또한 성공적인 유행 관리에 있어 감염 취약 인구집단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16]. 향후 국내 유행 확산 시 해당 인구집단을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감염병 예방관리의 파트너로 인식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조사 과정에서의 사생활 및 인권 보호뿐만 아니라 효과적 대응에 중요할 수 있다.
WHO 권역 중 서태평양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최근 엠폭스 환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나, 거의 보고가 없던 서태평양지역의 발생은 증가 추세에 있다.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국내 유행 또한 더욱 큰 규모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예방관리 정책 방향의 정비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확진되는 환자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들의 권리 보호와 전파 차단을 양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국내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여 부적절한 낙인과 차별을 예방하는 한편 감염 취약 인구집단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위험 소통 전략을 개발하고 지속 개선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을 포함한 예방 조치, 의심 환자의 진단검사, 확진 환자의 접촉자 조사 과정에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여야 한다.
Acknowledgments: The authors would like to thank the metropolitan and the provincial governments, and public health centers involved in the national infectious disease response to mpox. We would also like to thank the healthcare workers who cared the mpox patients. Lastly, we would like to thank our colleagues at the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for their support and collaboration in the response.
Ethics Statement: Not applicable.
Funding Source: None.
Conflict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conflicts of interest to declare.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TK. Data curation: TK, EP, JK, MGS, SL, EK. Writing – original draft: TK. Writing – review & editing: EP, JK, MGS, SL, EK.
Public Health Weekly Report 2023; 16(22): 669-683
Published online June 8, 2023 https://doi.org/10.56786/PHWR.2023.16.22.1
Copyright © The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김태영*, 박언주, 김종무, 심민결, 이신영, 김은경
질병관리청 수도권질병대응센터 감염병대응과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엠폭스 유행은 주로 성매개감염병 전파의 양상을 띄며 특히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이 감염에 취약한 경향을 보인다.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50여 명의 환자만이 보고되었으나 향후 추가 확산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국내 엠폭스 환자 역학조사 경험과 국외 역학조사 방침을 고려할 때, 성매개감염병 역학조사에 준하여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적절한 면담 기법을 활용하여 대응한다면 전파 차단에 적극 협조 및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 영국 등 성공적인 유행 관리 사례를 고려하면 엠폭스 감염 취약집단의 특성을 고려한 역학조사 원칙과 예방관리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향후 국내 유행 확산 시에는 환자 및 감염 취약집단에 대한 부적절한 낙인과 차별을 예방하고, 조사 과정에서 대상자를 존중하며 질병 예방관리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Keywords: 엠폭스, 성매개감염병, 역학조사
2023년 4월까지 86,000여 명의 엠폭스 확진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상당수는 성접촉 및 이에 준 하는 밀접한 피부접촉을 통해 감염되었다.
엠폭스 환자의 역학조사 과정 중 면담의 중요성이 부각 되었으며, 민감한 정보의 조사가 필요 하므로 환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그들이 조사에 참여하는 환경을 조성 하여야 한다. 국외 지침과 정책 사례 검토 결과 환자 권리 보호와 감염 취약 인구집단의 주도적 참여가 중요하다.
향후 국내 엠폭스 유행 확산에 대비하여 역학조사 원칙과 정책 수립 시 감염 취약 인구집단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그들이 주체적으로 예방관리에 참여한다면 성공적인 방역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엠폭스(mpox, 원숭이두창[monkeypox]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감염병)는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주로 서아프리카 및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서 인체 감염증 발생이 보고되어 왔다[1]. 영장류 또는 설치류와의 접촉이 주된 인체 감염경로로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도 사람 간 밀접접촉이나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5월부터 일부 비풍토병 국가에서 동물과의 접촉력이 없는 다수의 엠폭스 환자가 보고되어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언하였고, 2023년 4월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유행 전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엠폭스 감염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회복되는(self-limited) 질환으로 치명률(case-fatality ratio)은 3–6%이나, WHO의 보고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2023년 4월 10일까지 전 세계 110개 국가에서 총 86,930명의 확진 환자와 116명의 사망자가 보고되어 이번 유행 중 치명률이 크게 감소하였음이 확인되었다[2]. 특히 이번 유행은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본인의 성적 지향을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gay, bisexual and other men who have sex with men, MSM)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기존 풍토병 지역에서의 임상 양상과 달리 성기와 항문 주변의 피부 및 점막 병변 발생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어 성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시사되며, 정확한 바이러스 전파 기전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으나 기존에 알려진 성매개감염병(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과 유사한 양상을 띄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3]. 이 외에 성접촉이 아니더라도 병변과의 직접 접촉, 침이나 가래와 같은 호흡기 분비물과의 접촉, 환자에게 사용했던 의료기구 등을 통하여 감염되는 사례들 또한 일부 보고되고 있다.
WHO는 2023년 4월 10일 기준 서태평양지역의 위험 수준을 ‘낮음(low)’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지역 내 국가들의 발생은 최근 몇 주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웃나라인 일본 또한 2023년 들어 해외여행력이 없는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4]. 2023년 5월 1일 기준 국내에서도 47명의 확진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엠폭스의 비교적 긴 잠복기, 성기와 항문 등 확인이 어려운 병변 발생 부위 등을 고려한다면 추가 확산 가능성이 있다. 본 원고에서는 국내 환자 대응 경험과 국외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엠폭스의 국내 확산 시 효과적인 유행 관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려할 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WHO에 따르면, 2022–2023년 유행 기간 내 성별과 연령이 확인된 77,000여 명 중 96.4%가 남성 환자이며 이들의 중위 연령은 34세이다. 또한 관련 정보가 수집된 약 3만여 명 중 84.1%가 성적 지향을 MSM으로 밝혔으며, 전파 경로가 보고된 19,000여 명 중 82.2%는 성관계 중 피부 및 점막 접촉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엠폭스는 기존의 동물-사람 간 접촉을 통한 인수공통 감염병에서 사람간 성접촉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의 밀접 접촉으로 전파되는 인체 감염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종간 전파, spillover infection)을 지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 간 전파와 유행의 양상을 규명하여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엠폭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생물학적 위험 요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WHO에서 보고한 데이터에 기반하면, 약 36,000명 중 48%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people living with HIV)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중 5,000여 명은 면역 상태에 대한 정보가 보고되었고 이 중 65%인 3,400여 명이 면역저하 상태에 있었다. HIV 감염으로 인해 심각하게 면역이 저하된 사람이 엠폭스에 감염될 경우 중증도가 높거나 사망할 수도 있음은 확인되었지만, HIV 감염 자체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노출 시 감염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5]. 하지만 클라미디아나 임질과 같은 성매개감염병은 HIV 감염의 위험을 높이기도 하므로, 향후 엠폭스와 다른 성매개감염병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6]. 그 외에도 엠폭스 감염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다른 감염성 및 비감염성 질환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한편 엠폭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 다수의 응답자는 MSM임을 밝혔고, 이번 유행에서 이들이 감염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취약 인구집단(population at risk)임은 분명하다. 이는 주로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특성과, 성적 지향이 비슷한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접촉하는 사회적 환경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지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코로나19) 유행 중 질병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고령층,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여 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고민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엠폭스 유행에 가장 크게 영향 받는 인구집단이 명확하다면, 역학조사를 포함해 예방관리 정책 전반이 해당 인구집단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 현재까지 수행한 엠폭스 확진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증상 발생 이후 동선 추적을 통한 광범위한 접촉자 조사와, 환자와의 면담을 통한 밀접한 접촉에 대한 심층 조사이다. 엠폭스와 같이 PHEIC가 선포되었거나 1급 감염병에 준하는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코로나19 접촉자 조사 때 구축된 역학조사지원시스템(epidemiological investigation support system, EISS)을 활용해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7]. 관련해서 사용되는 정보로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 통신사 위치정보,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 사용정보 등이 포함된다.
엠폭스의 주 감염경로(성접촉)와 주로 영향 받는 인구집단(MSM)을 고려했을 때, 효과적 대응 수단으로 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면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실제 환자들과의 심층 면담 결과로 미루어볼 때, 상대적으로 조사자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며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후술할 사유들로 인해 일반적인 감염병 역학조사와 그 방식을 달리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향후 조사 방법론 개발에 이번 유행의 경험을 참고하여야 한다.
먼저, 엠폭스는 성접촉 및 이에 준하는 밀접접촉을 주 감염경로로 하므로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이나,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감염병과는 역학조사 방법이 구별된다. 성접촉 관련 정보와 사생활을 직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사자와 환자 간의 신뢰 형성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계적인 면담을 지양하고, 환자의 특성을 살피며 조사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여러 차례의 면담을 실시하거나, 일방향적 조사에서 벗어나 환자의 의문에 답변해주는 상담 형식을 취하여,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질환에 대한 이해와 예방적 수칙 이행의 의지를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감염병 역학조사와 비교하였을 때 기초 사례조사 단계에서의 진술 거부가 잦고 EISS를 통한 정보 조회에 대한 우려의 정도가 매우 높은데, 정보 확인의 목적을 명확히 하며 환자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단순한 비밀 보장을 넘어서 환자가 조사 협조를 주저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조사 과정 전반에서 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성접촉 상대의 신원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지인일 경우에도 인적사항 공유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대방을 보호하려는 목적과 본인의 감염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 것이 향후 환자의 협조 유도에 유리하다. 환자의 태도를 이해하고 우려하는 점에 대해 배려하면서도 전파 차단이라는 목적을 부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성접촉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여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검사를 권고하는 등의 파트너 고지(partner notification) 활동을 하도록 독려할 수 있으며, 이는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역학조사에서 벗어나 환자가 조사에 참여하는 태도를 가지도록 하는 장치로써도 유용하다.
여기에 더해, 엠폭스의 감염 취약 집단이 MSM임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상황이므로 이를 고려하여 보다 섬세한 조사 수행이 필요하다. 본인의 성적 지향을 밝히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경우도 있으나 조사자가 편견 없는 태도로 조사의 목적을 명확히 설명하면 대부분은 조력적 태도로 관련 사항에 대해 진술할 것이다. 하지만 관련 진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있을 수 있는데, 감염병 예방관리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에 기반하여 환자 본인이 전파 가능성에 대해 판단하도록 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기존 역학조사 업무 중에는 소수자의 특성을 고려한 조사 기법을 학습하거나 경험하는 일이 적으므로, 일반적인 성소수자 상담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8].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가족 접촉자, 직장 내 접촉자에 대한 조사는 그 자체로 환자의 성적 지향을 암시하여, 완치 후에도 환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유발할 수 있고 심각할 경우 우호적인 가족관계의 유지와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저해하기도 하므로, 반드시 환자와의 면담 이후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역학조사 및 면담 과정에서 어떠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은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 시에는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광범위한 접촉자 조사를 수행하고 이들에 대한 장기간의 증상 모니터링, 고위험 접촉자에 대한 격리 등이 필요하며 국내 초기 엠폭스 대응은 이러한 기조 하에서 이루어졌다. 2023년 5월 현재, 엠폭스에 대해서 무증상 전파 및 비말 전파의 빈도, 정액이나 질액과 같은 체액을 통한 전파 여부 등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있으나, 감염 취약 집단과 주 전파 경로, 감염 시의 임상경과 등은 충분히 확인되어 대응 시 마주하는 불확실성은 다소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공중보건 종사자와 일반 시민 모두가 EISS 기반의 집중적인 동선 추적을 바탕으로 한 역학조사를 체화하였다. 하지만 이는 시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중보건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개개인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일부 희생하는 것으로, 감염병 위기 상황이 아닌 경우 정당화되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법과 윤리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9]. 또한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엠폭스 대응지침 제5판에서는 개인의 성접촉력 조사 중 민감정보에 대한 응답 거부는 역학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동선 정보 확인이나 취조식 조사로는 예방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10]. 그러므로 엠폭스 역학조사에 코로나19 역학조사 방법론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조사 대상의 참여도가 높은 면담을 주축으로 하고 EISS와 같은 기타 수단은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으며 반드시 정보 조회 전 본인의 동의를 받는 것이 좋다. 환자의 대부분은 정보 조회 및 활용에 동의하나, 사전 동의가 부재한 경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하며 EISS 정보 조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이 경우 면담을 통한 환자의 우호적 태도 유도가 더욱 중요하다.
엠폭스라는 질병의 역학적 특성(제한적 전파 경로, 명확한 감염 취약집단)과 임상적 특성(자연치유 가능하며 낮은 빈도의 중증 이환)을 고려했을 때, 3T (testing-tracing-treatment)로 대표되는 초기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코로나19 대응 시 지적되었던, 방역 목표와 사회경제적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는 논리의 타당성을 엠폭스 유행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국내 역학조사 결과,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2차 감염 사례는 전무하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접촉자를 모두 확인하기 위해 한 개인의 성적 지향을 만천하에 알리고 사회적 낙인을 유발한다면 이는 올바른 공중보건 정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엠폭스라는 질환의 중증도와 전파의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접촉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과도한 수준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면 부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전파 차단이라는 역학적 가치와 환자 개인정보 및 인권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가 양립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며, 그간의 조사 경험으로 보아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환자와의 협력적 관계 형성을 통한 참여 유도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엠폭스 역학조사는 본질적으로 성매개감염병의 역학조사와 결을 같이하나 현재 국내에서는 역학조사관에 의한 전문적인 조사 체계가 부재하므로, 향후 엠폭스에 대한 역학조사 경험을 토대로 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uropean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ECDC)의 엠폭스 접촉자 조사 가이드라인에서는 HIV 및 성매개감염병에 준하여, 감수성(sensitivity)과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discretion)이라는 원칙하에 조사를 수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11]. 또한, 파트너 고지로 대표되는 성매개감염병 역학조사는 기본적으로 자발적(voluntary)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환자 본인에게 충분한 정보제공 후의 동의(informed consent) 하에서만 성접촉자에게 검사 권고, 환자의 신원 확인 등을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비밀 보장(confidentiality)의 원칙하에 모든 일이 이루어져야 하며, 국가별로 법적 환경이 다르므로 이를 준용하여야 함이 명시되어 있다. 한편 WHO의 HIV 자가검사 및 파트너 고지 가이드라인에서도 비슷한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12]. 해당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동의 하에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파트너에게 고지하도록 하며, 자발적이지 않으며 강요된 파트너 고지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질병의 범죄화를 경계하여야 한다고 기술한다. 이를 통해 국내 엠폭스 대응 시 접촉자 조사를 포함한 역학조사 전반에서 환자의 권리를 배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를 기반으로 성매개감염병 역학조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엠폭스 유행 이후의 과제이다.
추가적으로, 역학조사뿐만이 아닌 광범위한 공중보건 정책으로 엠폭스 유행에 대응한 국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엠폭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2023년에 일평균 5명 미만의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13]. 미국은 성공적으로 유행을 관리하기 위해 MSM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 메시지 전달과 백신 접근성 확대와 같은 정책들을 펼쳐왔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8월 미국 내 MSM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14]. 엠폭스 유행에 대해 인지한 후 응답자의 47.8%가 성관계 파트너의 수를 줄였고, 18.6%는 엠폭스 예방을 위해 1회 이상 접종하였다고 응답했으며, 최근 2주간 2명 이상의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의 접종률(30.1%)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13.9%)보다 높았다. 또한 HIV 노출 전 예방요법(pre-exposure prophylaxis)을 받는 사람이나 최근 다른 성매개감염병 검사를 받은 사람의 경우 접종률이 더 높았는데, 이는 본인의 위험을 인지하여 스스로 대처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응답자의 82.3%는 엠폭스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자신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종합하면, 엠폭스에 대한 MSM의 지식 수준 변화 전후로 예방적 행동 변화가 발생하였으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정보를 적절한 경로로 제공하고 백신 접근성을 강화한다면 MSM 인구집단이 비록 감염에 취약하더라도 주체적으로 엠폭스 예방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국은 2022년 풍토병 국가로부터 엠폭스 환자가 유입된 초기 유행 국가 중 하나로, 2022년 말까지 약 3,700여 명의 환자가 보고되었으나 2023년 들어 보고된 환자는 십여 명에 불과하여 성공적으로 유행을 관리했다고 볼 수 있다[15]. 영국 정부는 2022년 12월 엠폭스 향후 관리 전략을 발표하였는데, 유행 종식 목표 달성을 위한 공중보건 수단 중 첫 번째로 소통과 참여를 제시하고, 성소수자들과 성 건강(sexual health) 유관단체의 참여를 중요하게 언급하는 바, 미국의 사례와 유사하게 영국 또한 성공적인 유행 관리에 있어 감염 취약 인구집단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16]. 향후 국내 유행 확산 시 해당 인구집단을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감염병 예방관리의 파트너로 인식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조사 과정에서의 사생활 및 인권 보호뿐만 아니라 효과적 대응에 중요할 수 있다.
WHO 권역 중 서태평양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최근 엠폭스 환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나, 거의 보고가 없던 서태평양지역의 발생은 증가 추세에 있다.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국내 유행 또한 더욱 큰 규모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예방관리 정책 방향의 정비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확진되는 환자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들의 권리 보호와 전파 차단을 양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국내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여 부적절한 낙인과 차별을 예방하는 한편 감염 취약 인구집단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위험 소통 전략을 개발하고 지속 개선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을 포함한 예방 조치, 의심 환자의 진단검사, 확진 환자의 접촉자 조사 과정에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여야 한다.
Acknowledgments: The authors would like to thank the metropolitan and the provincial governments, and public health centers involved in the national infectious disease response to mpox. We would also like to thank the healthcare workers who cared the mpox patients. Lastly, we would like to thank our colleagues at the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for their support and collaboration in the response.
Ethics Statement: Not applicable.
Funding Source: None.
Conflict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conflicts of interest to declare.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TK. Data curation: TK, EP, JK, MGS, SL, EK. Writing – original draft: TK. Writing – review & editing: EP, JK, MGS, SL, EK.